설명
후발적 경정청구제도의 취지는 납세의무 성립 후 일정한 후발적 사유의 발생으로 말미암아 과세표준 및 세액의 산정기초에 변동이 생긴 경우 납세자로 하여금 그 사실을 증명하여 감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확대하려는 데 있습니다.
동일한 과세근거를 이유로 여러 사업연도에 관해 과세처분이 이루어진 경우 일부 사업연도 과세처분에 대한 조세소송판결을 근거로 납세자가 당초 불복하지 않았던 다른 사업연도 과세처분에 대해 후발적 경정청구를 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후발적 경정청구에 관한 일반적인 사항을 알아보고 종전 대법원 판례의 태도, 최근 개정된 국세기본법의 규정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후발적 경정청구에 관한 일반론
가. 2022. 12. 31. 개정 전 구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제1호는 “최초의 신고ㆍ결정 또는 경정에 있어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이 그에 관한 소송에 대한 판결(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화해 기타 행위를 포함한다)에 의하여 다른 것으로 확정된 때”를 후발적 경정청구사유로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거래 또는 행위 등에 대하여 분쟁이 생겨 그에 관한 판결에 의하여 다른 것으로 확정된 때’를 의미하므로(대법원 2006. 1. 26. 선고 2005두7006 판결 등), 여기서의 ‘판결’은 과세의 기초가 된 납세자의 거래 또는 행위의 효력 자체를 공권적으로 다르게 확인하는 경우로서 원칙적으로 민사판결을 의미하였습니다. 사법상 법률관계를 확정하는 효력은 원칙적으로 민사판결의 고유한 효력이기 때문입니다.
나. 이러한 취지에서 대법원은 컴퓨터프로그램의 저작권 양도에 관한 소득세 부과처분이 있은 후 민사판결로 저작권 양도계약이 무효로 확정된 경우(대법원 2006. 1. 26. 선고 2005두7006 판결), 부동산 양도에 관해 양도소득세 부과처분이 있은 후 민사판결로 실제 양도가액의 범위에 관한 내용이 다르게 확정된 경우(대법원 2017. 9. 7. 선고 2017두41740 판결) 등에서 후발적 경정청구를 허용하였습니다. 반면, 해당 민사판결의 내용만으로는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의 존부나 법률효과 등이 다른 것으로 명확하게 확정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두22379 판결), 민사판결이라도 기존의 과세대상 거래의 효력에 대한 기판력이 없는 판결이거나, 공유물 분할판결과 같은 장래에 향한 형성판결(이는 과세요건 완결 후 새로운 사정변경에 불과함)의 경우에는 후발적 경정청구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다. 이러한 법리는 대법원이 형사판결의 경우 사법상 법률관계의 공권적 확인과 무관하므로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제1호의 ‘판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에서도 확인되었습니다(대법원 2020. 1. 9. 선고 2018두61888 판결).
라. 일반적으로 행정판결은 행정청이 발한 처분의 효력에 대한 것일 뿐 세법상 과세대상인 납세자의 거래행위 자체의 사법상 효력에 대한 것이 아니므로, 그 자체로는 구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제1호의 판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었습니다.
과세관청을 포함한 행정청의 결정 등 처분이 후발적 경정청구사유가 되는 경우는 현행 법령상 ① “소득이나 그 밖의 과세물건의 귀속을 제3자에게로 변경시키는 결정 또는 경정이 있을 때”(같은 항 제2호), ② “결정 또는 경정으로 인하여 그 결정 또는 경정의 대상이 된 과세표준 및 세액과 연동된 다른 세목(같은 과세기간으로 한정한다)이나 연동된 다른 과세기간(같은 세목으로 한정한다)의 과세표준 또는 세액이 세법에 따라 신고하여야 할 과세표준 또는 세액을 초과할 때”(같은 항 제4호), ③ “최초의 신고ㆍ결정 또는 경정을 할 때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 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의 효력과 관계되는 관청의 허가나 그 밖의 처분이 취소된 경우”(같은 항 제5호, 시행령 제25조의2 제1호)입니다. 앞서 본 것처럼, 행정판결은 그 자체만으로는 구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제1호의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하지는 않으나, 위 ① ~ ③의 경우에 해당하는 처분의 효력에 대한 것일 경우 그 각 사유를 이유로 경정청구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2. 종전 대법원 판례의 태도
과세관청이 동일한 과세근거로 여러 과세처분을 하였다가 그 중 어느 하나가 판결 등으로 취소된 경우, 단지 과세근거가 동일하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과세처분에 대한 후발적 경정청구를 허용한다면, 납세자는 쟁점이 공통된 여러 과세처분 중 어느 하나에 대해서만 쟁송을 하고 그 청구가 인용되면 이를 다른 과세처분의 후발적 경정청구사유로 주장함으로써 쟁송제도를 남용할 우려가 있게 됩니다. 이는 각 과세처분별로 불복기한을 도과하면 개별적으로 불가쟁력이 발생한다는 조세쟁송법의 기본원칙에 반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대법원은 법인이 특정 사업연도에 분식결산으로 법인세를 과다신고하였다가 이를 상쇄하기 위해 차기 사업연도 이후 법인세를 과소신고하였으나 과세관청이 차기 사업연도 법인세를 증액경정한 경우는 과다신고한 그 전 사업연도 법인세에 대한 관계에서 2022. 12. 31. 개정 전 구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제4호에 따른 후발적 경정청구사유( “결정 또는 경정으로 인하여 당해 결정 또는 경정의 대상이 되는 과세기간 외의 과세기간에 대하여 최초에 신고한 국세의 과세표준 및 세액이 세법에 의하여 신고하여야 할 과세표준 및 세액을 초과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하였습니다(대법원 2013. 7. 11. 선고 2011두16971 판결).
즉, 기존 대법원 판결의 해석론에 따르면, 조세소송판결은 그 자체만으로는 구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제1호의 판결에 해당하지 않고, 단지 동일한 과세근거를 이유로 여러 과세기간에 대해 과세처분이 이루어지고 그 중 일부에 대해 과세관청의 결정이나 조세소송판결로 처분이 취소된 것에 불과하다면 후발적 경정청구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과세관청의 결정이나 조세소송판결이 다른 과세처분에 대한 후발적 경정청구사유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앞서 본 것처럼 ① 구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제2호(소득이나 과세물건의 귀속 변동), ② 제4호(처분 대상과 연동된 다른 과세기간의 조세), ③ 제5호 및 시행령 제25조의2 제1호(행정청의 처분 취소)에 해당해야 하는데, 그 중 ③은 특정 과세처분이 취소·감액되고 그 내용이 다른 과세처분의 과세요건사실을 변경시켜 감액요소를 이루는 경우(즉, A처분의 내용이 후속 B처분의 과세표준이나 세액을 구성하는 경우 등)에 해당해야 할 것입니다. 예컨대, 비상장주식 평가방법이 문제된 사안에서 그 평가산식의 요소를 구성하는 법인세액이 다른 판결이나 심판결정에 의하여 변경된 경우에는 과세가액의 기초를 이루는 법인세액 자체가 다른 판결이나 결정의 효력에 기해 변동되었으므로 이는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합니다(조심 2019전3051, 2020. 9. 3.).
3. 2022. 12. 31. 국세기본법 개정에 따른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의 변화
2022. 12. 31. 개정된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제4호는 “결정 또는 경정으로 인하여 그 결정 또는 경정의 대상이 된 과세표준 및 세액과 연동된 다른 세목(같은 과세기간으로 한정한다)이나 연동된 다른 과세기간(같은 세목으로 한정한다)”고 규정하였습니다. “연동”이라는 문구를 추가하여 다른 과세처분에 대한 경정청구 가능성을 넓히는 한편, 괄호규정의 신설로 경정청구대상의 범위를 과세관청 결정 등의 대상인 과세처분과 같은 과세기간에는 다른 세목에 대해서도 경정청구를 허용하고, 다른 과세기간에는 동일한 세목에 한정하여 경정청구를 허용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개정법에 따르면 동일한 과세근거를 이유로 여러 사업연도에 관해 과세처분이 이루어진 경우 일부 사업연도 과세처분에 대한 조세소송판결을 근거로 납세자가 당초 불복하지 않았던 다른 사업연도 과세처분에 대하여도 세목이 동일하다면 후발적 경정청구가 허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